- Published on
여유로울 때 쓰는 회고
- Authors
- Name
- CDD
서론
"취업을 하긴 해야 하는데" 라는 고민을 한지 얼마 안된 것 같은데, 어느새 벌써 현업에 뛰어든지 1년 정도가 되어가는 것 같습니다. 사실 2024년에 쓰는 글이라 2024년에 일어난 일만 쓰는 게 맞는 것 같기는 한데, 입사 이후 현업에 대해 주관이 들어간 글을 제대로 써본 적은 없는 것 같아 시점 자체를 2023년 10월 이후로 잡기로 했습니다. 왜냐구요? 제 입사일이 10월 4일
이기 때문이죠. 그치만 결론적인 줄거리는 2024년의 회고가 될 것 같습니다.
입사, 그리고 그 이후
첫 입사
2023년 8월까지만 해도 저는 개발자와 교직의 길을 고민했었습니다. 부트캠프로 개발자를 본격적으로 준비한 이후에 취업문에 발을 담궈봤는데, 예상보다 기업들이 프론트엔드 개발자에게 요구하는 스펙이 너무 높아졌더군요. 그래도 나름 몇 십 군데 원서를 넣어보다가 생각보다 저조한 합격률에 난 개발자의 길이 아닌건가
자신감이 꺾이기도 했고, 적성 상 누군가를 가르치는 것에는 확실한 자신이 있었기에 (교직이수를 하기도 했고요) 그냥 임용이나 도전해볼까 생각도 했습니다.
그러다 현 회사의 면접제의가 왔고, 합격 통보를 받았습니다. 그때 당시 저는 취업을 위해 서울에 올라와있는 상황이었고, 어디든 취업해서 돈을 받고 개발하고 싶다는 마음이 컸기에 곧바로 입사를 선택했었던 것 같습니다.
현업 도전기
우선 입사 당시 제 코딩 실력은 처참했습니다. 이슈를 할당 받기 전까지는 회사 서비스를 시험 삼아 클론 코딩 해보고 있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useState
도 제대로 쓸 줄 모르던 애송이였던 것 같습니다. 당시 퇴근하자마자 코딩 공부를 본격적으로 병행했고, 11월까지는 React
공부를 계속하다가 12월부터 사이드 프로젝트를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이때 생에 처음으로 혼자서 AWS
를 사용해서 배포를 진행했었는데, 그때의 뿌듯함은 아직도 잊혀지지 않네요.
그리고 1, 2월까지 사이드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디자인 패턴, 아키텍쳐 등 다양한 곳에 눈을 뜨기 시작했습니다. Typescript
를 사용해보기 시작했고, ReactJS
도 더 심도있게 파기 시작했던 것 같아요. 이렇게 사이드로 기술 스택을 좀 공부하다보니까 회사에서의 개발 체감 난이도가 떨어지는 것이 느껴졌습니다. 그렇지만 하나 아쉬웠었던 것은 사내 레거시 프로젝트는 아직도 ReactJS
기반이 아닌 jQuery
기반으로 돌아가고 있었고, 그나마 존재하는 ReactJS
프로젝트 마저 Typescript
까지는 사용하지 않고 있었습니다.
3월, 신규 프로젝트 시작
사내 존재하는 프로젝트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프로젝트가 시작되었습니다. 기술스택은 NextJS, Typescript, ReactJS
등이 사용되었고, 개인적으로는 사이드 프로젝트 때 모두 사용해오던 스택들이라 자신이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기존 페이지를 모두 재구조화 해서 새롭게 코드를 짤 생각에 설렜었는데, "일단 돌아가게 하는 것이 우선이니 코드는 그대로 가져와야 한다"는 말씀에 좀 아쉬웠던 기억이 있네요.
막상 개발을 진행해보니 아키텍쳐 차이도 있고, 스크립트 기반의 공통 모듈을 사용하는 코드들도 있어서 좀 애를 먹었습니다. 사실 레거시 코드를 ReactJS + Typescript
화를 시킨다는 것이 가벼운 일은 절대 아니죠. 이때 많이 느꼈던 게 무조건 구조적으로 옳은 방향으로만 개발을 할수는 없는 상황들이 많더군요. 현 구조로 재구현 하기에는 리소스가 많이 들 것 같아 미뤄두는 상황도 자주 생기고, 그렇게 미뤄두다보니 예기치 못한 사이드 이펙트들도 많이 만났던 것 같습니다.
5월, 선임 개발자 한 분 퇴사
저희 팀은 개발자가 총 3명으로 이뤄져있는데, 선임 개발자 두 분 중 한 분이 퇴사하게 되었습니다. 다음 신입분을 뽑기까지 약 2개월이 넘는 공백이 있었는데, 그때까지는 2인 개발 체제로 진행되었던 것 같습니다. 이전까지만 해도 페이지 개발 및 기능구현에만 집중하고 있었는데 아키텍쳐, 최적화, 배포 프로세스 등 다양한 부분을 신경쓰기 시작했습니다. 이때 가장 개발 실력이 많이 늘었던 시기가 아닌가 싶습니다.
물론 선임 개발자 한 분이 남아계시기는 했지만, 다른 사업들이나 회의 등으로 인해 서비스 개발에 온전하게 힘을 쏟을 수 없는 상태셨고 어쩌다보니 저에게 할당되는 일들이 급속도로 많아지기 시작했습니다.

2024년 5월 정도부터 기획팀 쪽에서 JIRA를 등록해주기 시작했는데, 그때부터 지금까지 처리한 이슈가 200개가 넘는군요. 등록된 이슈들 외에도 개발팀만의 TroubleShoot
이 있기도 했습니다. 현 블로그에 올라가있는 글들은 대부분 이때 처리한 이슈들을 바탕으로 작성된 것들이 많습니다.
7월, 회의감
회사 동료들에게는 얘기하지 않았지만, 이때부터 번아웃의 싹이 트기 시작했던 것 같습니다. 이유는 크게 두 가지가 있었는데, 첫 번째는 제대로 된 인정을 받지 못하고 있다
, 두 번째는 회사의 환경이 좋지 않다
인 것 같습니다.
제대로 된 인정을 받지 못하고 있다?
제 성격 특성 상 한 곳에 본격적인 집중을 하기 시작하면 집중도가 지나치게 올라 일상생활까지 영향을 줄 때가 있습니다. 종종 저녁을 먹다가 회사 프로젝트의 아키텍처를 고민한다든지, 비효율적이었던 부분을 어떻게 개선할지에 대한 생각이라든지. 그러다보니 사내 프로젝트에 쏟아내는 열정이 좀 과도해진 것 같았고, 이를 발휘하여 개선을 할 때마다 그에 따른 인정을 받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사회생활이 처음이라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이뤄놓은 실적들에 비해 인정이 지나치게 없다는 느낌을 자주 받았고, 지금도 받고 있습니다. 하루에 이슈를 10개가 넘게 처리하는데도 계속해서 독촉을 받고, 오류가 없는 건 기본이지, 기능 개발에 속도를 좀 더 내줬으면 좋겠어
와 같은 뉘앙스의 말들을 많이 들었습니다. 뭐, 오류가 생기는 것은 개발자의 잘못이고, 할당된 시간은 최대한 기능개발에 집중하라는 말씀이겠죠. 아니 애초에 새롭게 만들 시간을 줬으면 그럴 일이 .. 윗쪽에서는 한 사람이 이 정도의 일들을 다 처리한다는 것을 전혀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았고, 이러한 환경보다는 오로지 팀이 낸 성과에만 집중하는 것 같아서 회의감이 심해진 것 같습니다.
회사의 환경이 좋지 않다?
주변에 입사한 친구들이 많아지면서 다양한 이야기들을 듣곤 하는데, 복지나 급여 얘기를 들을 때마다 기분이 씁쓸해집니다. 첫 번째 문단과 이어지는 부분인데, 결론적으로 인정을 받지 못한다면 이는 연봉 협상에도 영향을 받게 될 것이고 금융치료
라는 치료제조차 사라지는 꼴이 되버리네요. 사실 10-15%
의 인상이라고 해도 만족하지 못할 것 같고, 어차피 연봉협상은 4-5월로 동결이 된 것 같아서 앞이 깜깜해지는 것 같습니다. 첫 입사라 연봉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던 게 스노우볼로 다가오네요.
그리고 여건 상 많은 일들을 담당하고 있긴 하지만 모르는 것이 있을 때 물어볼 사람이 거의 없습니다. 개발자로써 성장하기에 시니어만큼 중요한 요소가 없는 것 같은데, 현재 프론트엔드 쪽은 상황이 많이 아쉽습니다. 결론적으로 열심히 독학해서 성장하고 있기는 한데, 지금 가고 있는 방향이 맞는지에 대한 명확한 답변을 내려줄 사람이 없다는 것은 절대 좋은 상황이 아니겠죠.
그래서 앞으로는?
지금까지는 자유도가 높았기에 하고 싶었던 것들 다 해보며 성장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처음에는 절대 넘지 못할 것 같았던 벽들도 어느새 높이가 많이 낮아져있네요. 이 곳에서 개발에 대한 자신감을 얻었고, 나는 개발이 천직인 사람
이라는 확신도 얻게 되었구요. 다만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서는 더 시스템이 잘 갖춰진 곳으로 가는 것이 맞다는 생각이 들긴 했습니다. 그렇지만 에매한 선택을 했다간 다시 똑같은 상황이 반복될 것 같기도 하고, 열정을 쏟아붇는 결과가 아쉽지 않은 곳으로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런 곳은 어디에..?
개발 수준이 높고, 아키텍쳐가 잘 갖춰진 그런 곳에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개발 문화도 있고, 연차 높은 시니어 분도 계시고, 테크 블로그도 운영하는 그런 곳이 제 워너비입니다. 하지만 그런 곳들은 거의 대기업 급으로 가야겠죠..? 벽이 많이 높아요. 곧바로 이직을 준비하기엔 증명할 수 있는 포트폴리오도 부족한 것 같고, 경력 이직이라기엔 아직 이력이 짧은 것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현재 성장한 실력을 증명할 수 있는 포트폴리오 용 사이드 프로젝트를 하나 기획하고 있고, 이를 통해 도약을 준비하려고 합니다.
주변 직장인 분들에게 물어보니 1년은 아무리 확고한 이유가 있을지라도 좋은 시선을 받을 수 없다는 조언들이 많았는데요, 그렇기에 곧바로 이직에 온집중을 쏟아붇는 것은 좋은 선택이 아니라는 결론을 지었습니다. 일단 현재 하고 있는 일에 좀 더 집중해가며 성장한다면 이후의 이직 난이도는 점점 떨어지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 무엇보다 저는 인정 받았을 때의 희열을 강하게 느끼는 사람이기에 현 회사에서의 영향력을 극한으로 높이기 위해 더더욱 노력할 예정입니다. 제가 얼마나 가성비 쩌는 개발자였는지 보여주고 싶네요.
9성급 프론트엔드 개발자가 되기 위해 저는 계속해서 나아가겠습니다. 길고 긴 푸념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